To; 아들
MAR/11/1997  Honolulu Hawaii

남국의 바람, 꽃, 짧은 비, 빛갈시린 바다.
도착한 날, 밤 2시에 잠이 깼다. 창밖 기계음 소리, 침대위의 작은 창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고장이었다,
수리공을 그 밤중에 불러 고쳤는데 소음이 조금 적어졌을 뿐.
다음날 'The noise is too loud to sleep at all.'로 시작해 오직 영어로. 상황설명. 항의.
담당은 남은 방이 하나밖에 없다며 화장실 2개인 방을 그 가격 그대로 바꿔주었다.
바다가 보이는 쪽은 아니지만 운하, 골프장이 내려다 보이고 부자동네 불빛 반짝이는 전망 좋은 방.
이 과정을 한국에서 닥쳤다면 어찌했을까-
혼자서는 어쩌지 못하는, 누군가에 의지해서 살아낸 그런 세월. 부끄러움.
하와이에서의 일상.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나름의 강렬한 기쁨이 있다.

진짜 하고픈 말은-
1. 반장. 그것도 2년 연속 외고 영어과 반장. 멋지다.
2. 응원단장. 합창지휘. 간부수련회에서의 과정. 보기 좋고 대견스럽다.
3. 너의 선택. 고민. 느긋함. 모든 것들을 혼자서 결정하고, 행동하며 커가는 너.
아빠를 닮지 않아서, 아빠처럼 살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다. 네 소중한 시간들. 하고픈 일을 하며 살아라. 
My dear son, have a nice dream. From; 아빠


20년전에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금고 안쪽 모퉁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