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때 독후감으로 '도둑아빠를 읽고'를 썼는데 앞뒤전개가 좀 이상해 몇마디 건넸다.
그 몇마디를 수백마디로 받아들여, 고치고 첨가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둘. 아들이 중학교 일학년때 미국에 다녀오면서 쓴 기행문에서.
-나의 영웅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처음 본 것, 들은 것들이 나의 머리 속에 밀려와서 지금 떨린다. 정말 알찬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느낌을 얻을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집에 전화를 거니 되게 반갑다. 아빠가 내가 보고 싶다고 우셨댄다.
-샌프란시스코, 지상 대기실. 반나절 정도면 한국에 도착할거다. '그 나라 하늘 빛'(아빠가 삼촌에게 전에 보낸
시집)을 빌려와서 보고 있다.
거기서 만나는 나. 아들의 마음속이거나 글에서 읽어내는 나는 '참 그리도 찬란했던 시절도 있었구나'

셋. 아들이 그 곳에 가있는 동안 친구들에게 내 생일을 일러주고 축하해드리라고,
그래 친구 몇과 함께 고대앞 술집에서 생일모임을. 아들이 챙겨주는 사랑의 무게에 휘청했다. 
생일얘기 또 하나. 2005년 아들 생일에 친구 후배들이 케익을 가지고 그 곳에. 창문 넘어로 촛불 밝혀 생일축하
노래까지. 아들 편지에 '케익이 맛있어 보이데요.' -그 편지를, 그 편지가, 그 말이 아파 여러번 안스러웠다.

                                                                                                  
저벅저벅. 뚜벅뚜벅. 바람직한 발걸음으로 스무살 끝자락에서 서른을 통털어 그의 길을 갔다.
남의 아들 하나도 부럽지 않게 내 맘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