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중학교 일학년때. 친구가 집에 전축 있냐고 물어, 있다고.  전화로 음반을 들려달라고. AFKN 영어방송을 틀어놓고 아버지께서 영어공부하시는 회화판밖에 없다고.
        어찌어찌 거짓말을 해놓고 그 친구와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둘.    단식투쟁을 해 획득한 전축. 아버지께서 맨 처음 사오신 -오기택의 '영등포의 밤'-  내가 처음으로 산 판은 화신백화점 음반코너에서 구입한 영화 주제곡 모음집.
        때때로, 틈내, 사고, 모아서 개인적으로 꽤 많은 음반들을 소유했다.

셋.    1981년도. 동생이 공군장교라서 그들에게 나오는 면세물품에 전축이. 면세가격이 사십몇만원. 헉! 지금으로 치면 정상가격이 아주 많이 비싼,
        거의가 일제부속으로 채워진 특급전축 Lotte Pioneer를 구입했다. 음악감상실 수준의 음질. 전축이 표현하고 담아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내 귀가 트였다.

넷.    내 Shop의 소리가 좋다는 게 금방 소문이 났다. 서른살의 순수하고 무지 착한 나는 그들과 금방 친해졌고 진지하게 나름의 인생과 음악얘기를 했다.
        그들이 소중하게 모아온 음반들을 아예 내 Shop에 가져다 놓았다. 그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사서 가져오기 시작했고, 신곡이 나오면 바로 누군가가 사왔다.
        음악적으로 그들은 다 내겐 선생님들이었다.
        내 장점으로는 확실한 기억력. 그들이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어떤 음반을 가져다 놓고, 사왔는지, 확실히 알고 그들이 오면 최선을 다해 들려주었다.
        나도 들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음악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 무대음악까지 하게 되었다.

다섯. 그리고 'LP Record'를 그냥 거기 두고 세월이 막 갔다.
        2019년 7월. 아들이 앰프가 소장되었다는 Turntable을 아주 멋진 Speaker와 함께 보내왔다. 신기하고 이상했다. 그리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