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9월. 부산 Paradise Beach Hotel. 무대음악 담당자 몫으로 내게 배정된 17층 Room.
확 트인 해운대 바다는 예쁜 그림엽서였는데.
도착한 첫날은, 며칠동안의 작업으로 지쳐있었고 내일의 Rehearsal. Main Show의 긴장감으로 무조건 잠을 자야 했다.

모델들이 자리잡는 線들의 작업. Rehearsal이 오전에 끝났고. 미진한 부분은 개인간의 연습. 거기 음악을 깔아주고.
저녁 7시에 시작해 90분간의 Fashion Show. 내 부분의 음악만큼은 스스로 잘했다 칭찬할 만큼 만족했다.
Show가 끝나면,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듯 서로서로에게 '너무 좋았어요. 감동의 눈물 참느라고 힘들었어요...'
-그 말들의 민낯과 만나 가증스러움 보태고 싶지않아 곧장 방으로 올라왔다.
바닥에 덜퍽 주저앉아 겹겹 행복한 잔에 맥주를 채웠다. 화아악 포말지는 거품알갱이들. 길게, 깊게 마셨다.


갑자기 아내와 아들이 막, 마구 보고 싶었다. 곧장 택시로 부산역. 막차로 서울 올라왔다. 마흔다섯 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