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을 설쳐 피곤이 앞서는 내게 공항의 사람들이 다 피곤해 보인다. 김포공항에 와서 출발시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릴 시간
이 많다는 것이 좀 부담스럽다. 희망. 사람을 즐겁게 만들지만 희망을 꿈꾼다는 것은 차라리 철망이리. 희망은 사람을 자만하게
하고 허무하게 만드는 것. 지금 내 맘엔 어쩜 두려움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기대감. 희망감, 그래. 지금 간다!
-비행기 안-
순조롭게 들어왔다. 할아버지가 신청해주신 KAL CARE. 꼬마 여자아이와 같이 서비스를 받았는데... 쪽 팔렸다.
이어폰으로 팝만 열심히 듣다 옆자석을 보니 비행기가 떴는데 사람이 없네. 야! 짐을 옆에 놓고 편안히 앉았다, 지금은 도쿄를
지나 태평양위를 날고 있다. 배고파 기다리는데 뜨거운 물수건... 기내식사는 다양한데 양이 부족했다. 스튜디어스 누나가 세관
신고서를 주었다. 베껴야지...인간적으로 심심. 오죽 심심하면 화장실가서 여드름을 짰을까. 비행기는 생각보다 작다. 자야지.

-영화를 해준다. 드디어 혼자가 되었다. 드디어... 나의 영웅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처음 본 것, 들은 것들이 나의 머리 속에 밀려
와서 지금 떨린다. 비행기 엔진소리와 바닥밑의 광경을 상상했다. 정말 알찬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느낌을 얻을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두려움이란 믿음을 더욱 확실히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두려움으로 내 미래
의 믿음을 확실히하고 싶다. 영화 재미없다.
지금은 새벽 4시. 비행기안은 아침이다. 잠자리가 불편해 뒤척이며 영화를 좀 보다 3시에 핏발이 선 눈(직접 거울로 보았음)으로 잤는데 4시에 깨우니 힘들다. 계속 피곤. 작전을 잘못 세웠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1시간 30분의 기다림. 대기실엔 전화가 없다. 한국 스튜디어스들의 유창한 영어에 구석에서(무서워서) 가만히 있었다. 영어를 열심히 할 것을.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한참을 날아 달라스까지 50분 남았다.
PS.
창밖의 풍경이 예술이네. 밥 먹으며 보니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외로움을 찾기 위해 왔으니...아직 미국이란 실감이 안난다.

평화와 혼돈이 교차한다. 환승하는 달라스에서 내려... CARE덕에 시간만 끌고, 줄서 기다리다 나혼자 입국 수속을 했다. 숨겨두
었던 나의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통과하고 짐 찾은 후 갈아타는 것을 도와주러 나오신 이모 할머님과 만났다, 어쩌면 할머니와
그리도 닮으셨을까... 할머니 딸분과 아이 두명. 아이들은 혼혈인데 너무 귀여웠다. 즐겁게 여러 얘기. 델타항공을 체킹해주셨다.
드디어 진짜 미국. 한국사람 하나없는 비행기안은 감옥이었다. 드디어 샌안토니오에 도착. 삼촌댁은 상상보다 크고 훌륭했다.
텔타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하나일 수밖에 없는 선택. 내가 선택한 길이 어떤 길이건 그걸 믿고 따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델타와 칼의 차이 속에서 마음 졸이는 내 모습 보며...
PS. 침대가 높다.